[대한경제=김동섭 기자] 미신고사업자 거래와 관련한 제재와 소송이 반복되는 가운데 제도 공백을 메우고 민관 협동대응역량을 키우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는 빗썸이 FIU를 상대로 제기한 영업 일부정지 처분 취소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8월13일로 지정했다. 이어 이날 코인원과 행정취소소송 변론기일은 9월16일로 결정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FIU의 패소를 점치고 있다. 유사 사건인 한빗코나 두나무와의 소송 결과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그럼에도 FIU는 제재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미신고 해외 사업자와의 거래를 방치할 경우 보이스피싱이나 마약, 랜섬웨어, 불법도박 등 범죄자금의 유통 통로를 열어두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미신고 사업자에게는 의심거래 보고의무가 없어 자금세탁방지 체계 전반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특금법에 따라 보고의무를 가진 거래소에 제재조치를 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금세탁 우려에 글로벌 금융당국에서도 미신고 사업자와 거래를 제한하고 가상자산 송수신인의 신원정보를 파악하는 트래블룰 확대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도 했다.
실제 최근 국제불법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총회에서도 각 회원국은 가상자산이 대규모 금융사기에 악용될 수 있어 국가별 기준 강화를 촉구한 바 있다. 특히 범죄 조직이 역외, 미등록 가상자산사업자(VASP)를 악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고위험 미등록 VASP과의 거래 제한 조치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미신고 사업자 대부분은 해외 거래소로, FIU가 이를 직접 제재하긴 불가능하다. IP 접속 차단, 앱 다운로드 차단은 권한 밖이고 제재나 과태료 추징도 불가능해 국내 거래소를 통해 제재할 수밖에 없는 게 금융위의 입장이다.
문제는 그렇다고 줄줄이 패소하는 제재를 반복하며 소모적인 소송전이 거듭되고 있다는 점이다.
차상진 법무법인 비컴 변호사는 “FIU는 한국어 서비스 제공·한국 대상 마케팅·원화 거래 허용 여부를 미신고 사업자 판단 기준으로 삼지만, 법원은 실제로 영리 목적으로 반복적인 영업을 했는지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FIU가 제재를 내려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소모적 소송전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비롯, 신속하게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