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발전 빨라지면서 자본도 몰려“유행 쫓기 보다 기업 역량 확인을”

기술 투자 열풍은 첨단 기술이 산업 전반의 생산성 혁신을 주도하게 된 상황과 맞물려 있다. 특히 인공지능(AI)의 확산은 혁신의 속도를 가속화했다. 다만 기술을 향한 과도한 기대감이 거품으로 변질될 경우 자본시장뿐 아니라 연구 현장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17일 “AI가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은 다른 분야의 산업들과 융합하며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생산성 혁신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를 주도하는 기술에 자본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 기술은 관련 산업은 물론 제조업과 농수산업, 서비스업 등 전통 산업과 융합하면서 산업 전반을 움직이는 핵심 역량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과도한 기대감으로 기술의 가치가 부풀려질 수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악용한 주가 조작, 사기 등의 범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블록체인이 대표적 사례다. 차별화된 실물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사람들의 욕망만 반영된 ‘묻지마 투자’는 곧 투기로 이어졌다. 김상균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블록체인이 실제 어떤 기술인지보다 돈 버는 수단으로 보는 관점이 많았다”며 “투자심리를 악용하는 사람들까지 더해지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졌고 기술 회의론이 제기됐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중의 인식과 기술의 실제 가치 사이 간극이 클 때 거품은 더 커진다. 연구 현장에서 유망한 기술로 주목받더라도 대중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거품으로 평가될 수 있다. 기술의 가능성 단계에서 투자금이 몰렸다가 거품이 꺼지면서 투자도 함께 줄어드는 상황은 연구 현장을 왜곡하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한 편의 논문은 수십 편의 후속 검증을 거쳐야 의미가 확정되는데 그 과정은 시장에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며 “연구자들은 시장에 보여줄 수 있는 단기적 성과를 요구받게 되고, 그 결과 연구 주제 선정에서부터 영향을 받거나 정말 어려운 문제에 대한 산학 협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혁신과 거품을 분별하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기술이 만들어내는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 기술 자체가 아니라 기술로 가치를 창출해내는 기업의 실제 역량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차상진 법률사무소 비컴 대표변호사는 “기술 자체는 아무런 비즈니스적 가치가 없다”며 “수요가 충분하고 제품화가 이뤄지는 등 시장 구조에 맞아야 기술이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투자자들이 과도하게 유행을 따라가기보다는 기업의 중장기적인 실적과 매출 증가 등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거품이 꺼졌을 때 그 여파를 피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849446?sid=101